"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.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. 예, 수원왕갈비통닭입니다."
2019년, 대한민국 극장가에는 류승룡 배우의 이 대사가 메아리쳤습니다. 영화 <극한직업>은 형사들이 잠복수사를 위해 치킨집을 위장 창업한다는 기발한 설정으로 1,600만 관객을 동원했습니다.
하지만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류승룡도, 이하늬도 아니었습니다. 바로 스크린을 뚫고 나올 듯한 비주얼의 '수원왕갈비통닭'이었죠. 오늘은 영화 한 편이 어떻게 전 국민의 야식 메뉴를 바꿨는지, 그리고 K-푸드가 영화의 흥행 치트키가 된 이유를 분석해 봅니다.

1. 탄생 비화: 왜 하필 '수원'이고 '갈비'였나?
"가장 한국적이면서도, 가장 익숙한 맛의 충돌."
영화 속 '수원왕갈비통닭'은 실제 존재하던 유명 메뉴가 아니었습니다. 영화의 시나리오 단계에서 탄생한 허구의 메뉴였죠.
🍗 기획의 의도
- 지역성(Locality): 수원은 예로부터 '갈비'로 유명한 도시였습니다. 동시에 수원에는 유명한 '통닭 거리'가 존재했죠. 제작진은 이 두 가지 지역 특산물을 결합했습니다.
- 익숙한 맛의 결합: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외식 메뉴 '치킨'과 가장 좋아하는 양념 '갈비 소스'. 이 두 가지의 만남은 맛보지 않아도 뇌가 기억하는 '아는 맛'을 자극했습니다. 이것이 관객들의 침샘을 폭발시킨 결정적인 한 수였습니다.
2. K-푸드 영화의 흥행 법칙: 시각과 청각의 ASMR
<극한직업>뿐만 아니라 <기생충>의 '짜파구리' 등 최근 한국 영화에서 음식은 단순한 소품을 넘어섭니다.
🎬 흥행 법칙 3가지
- 비주얼 임팩트 (Sizzle): 닭이 기름에 빠지는 소리, 갈색 양념이 끓어오르는 장면, 바삭한 튀김옷의 클로즈업. 영화는 요리 과정을 마치 액션 씬처럼 역동적으로 담아냅니다.
- 따라 할 수 있는 경험 (Copycat): 영화 속 음식이 너무 비싸거나 복잡하면 안 됩니다. 배달시키거나 집에서 라면을 끓이면 바로 먹을 수 있는 '접근성'이 관객을 극장에서 식탁으로 이끕니다.
- 반전의 재미 (Irony): 마약반 형사가 범인 잡는 것보다 닭 튀기는 것에 더 재능이 있다는 아이러니. '짜파게티'라는 서민 음식에 '한우'라는 고급 재료를 넣는 풍자. 음식 자체가 스토리의 반전을 담당합니다.
3. 영화가 현실을 바꾸다: 수원 통닭 거리의 변화
영화는 끝났지만, 통닭은 남았습니다. <극한직업> 개봉 이후 수원의 통닭 거리는 말 그대로 '대박'이 났습니다.
📈 낙수 효과
- 메뉴의 현실화: 영화 개봉 전에는 후라이드와 양념치킨이 주류였던 수원 통닭 거리의 가게들이, 영화 흥행 후 앞다투어 '갈비 통닭' 메뉴를 개발해 내놓기 시작했습니다.
- 관광 명소화: 영화를 보고 호기심에 찾아온 관광객들로 인해 상권 전체가 활기를 되찾았습니다. 이는 '문화 콘텐츠가 지역 경제를 살린' 가장 성공적인 사례 중 하나로 꼽힙니다.
4. K-푸드, 세계를 홀리다
<기생충>의 짜파구리(Ram-don)가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적인 챌린지가 되었듯, <극한직업>의 갈비 통닭 역시 'Korean Fried Chicken'의 위상을 한 단계 높였습니다.
외국인들에게 '치킨'은 흔한 음식이지만, 간장과 마늘, 설탕을 베이스로 한 한국식 갈비 양념은 완전히 새로운 미식 경험이었습니다. 영화는 가장 한국적인 맛이 가장 세계적인 경쟁력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.
마치며: 오늘 저녁은 치킨이닭!
영화 <극한직업>은 우리에게 웃음뿐만 아니라, 맛있는 추억을 남겼습니다. 형사들의 땀과 눈물이 섞인 그 통닭은, 치열하게 살아가는 우리네 소상공인과 직장인들의 애환을 위로하는 '소울 푸드'였는지도 모릅니다.
오늘 저녁, 바삭한 치킨 한 마리에 시원한 맥주 한 잔 어떠신가요? 영화 속 대사를 따라 하며 말이죠. "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!"
💡 에디터의 TMI (류승룡의 치킨 유니버스)
- 치킨 전문 배우?: 류승룡 배우는 유독 치킨과 인연이 깊습니다. 영화 <염력>에서는 치킨집 사장님이었고, <극한직업>에서는 치킨집을 창업한 형사였으며, 최근 드라마 <무빙>에서도 치킨집을 운영하며 딸을 키우는 초능력자로 나옵니다.
- 실제 레시피: 영화 흥행 후 배급사는 공식 SNS를 통해 '수원왕갈비통닭'의 실제 레시피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. 핵심은 '콜라'를 넣어 단맛과 윤기를 잡는 것이라고 하네요.